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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8.14 외갓집의 오래된 비밀
2023. 8. 14. 22:00 삶의 한때/기억의 한때

어릴 적에 외할아버지(실은 엄마의 계부셨음)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부모님이 나에게 잘 설명을 안 해주셔서... 그 죽음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외갓집에 갈 때마다 대청마루에 걸린 할아버지 사진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겁을 먹었는데...

오늘 부모님과 같이 퇴근하다가 차에서 갑자기 그 얘기를 하면서... 할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신 거냐고, 처음으로 물어보았다. 실은 전처 소생의 아드님 관련해서 속상한 일이 있어서 울컥하셨다가, 외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거라고 했다... 헉, 집안에 무슨 비밀이 이렇게 많아...

내가 겨우 만으로 4살 남짓이었으니까, 설명해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도 이해가 되면서, 내게는 마음 한켠에 무거움으로 남아 있던 엄마에 대한 원망도 흘려 보내본다. 그때 엄마가 겨우 30대 초반... 엄마도 몸이 안 좋고, 아버지는 건강 문제로 실업 중이셨고... 엄마에게 힘든 시절이었겠다.

참, 외할머니도 전쟁에 남편 잃고, 재산 잃고... 초혼에서 낳은 자식들 시댁에 두고, 재혼해서 낳은 자식들 키우며 살림 일구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두번째 남편도 50대 후반에 황망하게 보내시고... 할머니도 힘드셨겠다... 그 마음의 짐들을 무의식 중에 물려받아 사느라, 나도 힘들었다...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오랜만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명복을 위해 기도한다. 평화를 빕니다.

posted by amie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