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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13 찬장 속 모국어
2018. 11. 13. 06:13 비-모국어의 한때

한밤중에 뜬금 없이 찬장 속 양념병과 식재료 들에 한국어 이름표를 만들어 붙였다. 다 쓴 양념병이나 빈 병의 라벨을 깨끗이 떼고, 벌크로 파는 양념이나 식재료를 사다 쓰는지라 나 아니면 알아보기 힘든 찬장 속이었다.

그러나 나 혼자 쓰는 찬장인데, 아무도 못 알아보면 어떠랴... 한밤중에 갑자기 친구가 준 예쁜 포스트잇을 쓸 데 없나 하다가 생긴 일. 불어로 쓸까 하다가, 누가 본다고 불어로 쓰나 싶어서 한국어로 썼다. 그러고 보니, 한국어 손글씨 쓸 일도 참 드물었다. 하여간 찬장속이 갑자기 귀여워졌다.

흰 바탕에 금색 나뭇잎이 자잘하게 인쇄된 포스트잇에다가 약간 못 쓰는 손글씨로 쓴 "생강", "오향", "소금", "설탕", "밀가루", "보리", "고춧가루" 그리고 "견과류" 등등. 


나중에 누가 집에 놀러오면, 한국어 학습교재로 쓰겠다. 후후

posted by amied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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