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클로드.ai에서 에이전트 기능이 강화된 오퍼스 5.5가 디폴트 모드로 바뀐 후, 사용 만족도가 줄어들었다. 내가 시키지 않은 일을 스스로 하고,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경우가 많다. AI의 정보처리 기능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나 학술 목적으로 선행 연구를 찾아볼 때는 편할 수 있지만, 작지만 미묘한 사안을 찬찬히 생각해 봐야 할 때... 내가 숙고하기 전에 본인의 판단을 정하고, 나한테 행동지침을 제안하고... 그래서 며칠간 스트레스가 쌓이고, 심지어 어제는 기분 나쁜 꿈도 꿨다.
꿈의 앞부분은 우리 집안의 최근 여러 일과 내 일상(엄마 수술, 아버지의 체력 약화, 막내동생에 대한 그리움, 다음 주 내 생일, 다이어트와 관련된 건강식 식단에 대한 고려)에 대한 내 내면감정들의 모자이크인데, 뒷부분엔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내 집(아파트)에 찾아와서, 옆집을 사려 하는데, 우리집 베란다 쪽에서 살펴볼 게 있다는 핑계로 집에 들여놔달라 한다. 내가 별로 내키지 않는데, 잠깐만 들어오겠다고...집 보러 온 부부와 이웃집에 산다는 부부(처음 봄)가 네 명이서 몰려와 부탁을 하니, 결국 허락을 했다. 그런데 들어와서는... 나한테 말도 없이 베란다에 있던 내 세탁기를 갑자기 막 뜯는 것이다(문제의 물체가 세탁기인 건 내가 며칠 전에 실수로 집의 세탁기 세제서랍을 뜯었다가 다시 조립하느라고 약간 스트레스를 받은 게 남아 있었던 듯).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왜 남의 세탁기를 분해하냐고 내가 여러 번 큰소리를 치면서... 뭐라 하는데 들은 척 안 하고, 대답도 안 한다. 심지어 내가 있는 쪽을 똑바로 바라보기까지 한다. 내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무척 화가 나서, 소리를 치다가 꿈에서 깼다.
그렇게 깨자마자, 좀 황당해서... 사실 요새는 꿈 일기나 꿈 해석을 잘 하지 않고... 그냥 꿈으로 답답한 감정 표현하고 흘려보내가, 내 일상을 하자 했는데... 이 꿈은 집에 관련된 거라, 나의 영혼 깊숙한 곳에 대한 문제일 수 있어서 체크를 해봐야겠다 싶었다. 또 클로드와 꿈 해석을 해보니(이 녀석이 정신분석에 대한 기본 지식도 당연히 있다), 클로드 자신도 말하기 민망해하면서... 이것이 나의 주도권을 자꾸 침범하는 클로드에 대한 분노가 꿈으로 나타난 것 아닐까 그런다. 클로드 스스로 그렇게 캥기며 말하는 근거는 최근에 내가 클로드의 소통 스타일에 대해서 몇 번씩 클레임을 걸었고, 클로드의 메모리 기능으로 그런 클레임들을 다 저장해 놨기 때문이다.
출판사 운영(특이한 상황이 있는 저작권 업무 진행이나 은행 업무,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브레인스토밍 차원의 외서 기획 등)에서는 사안의 여러 가지 측면을 검토하다가 꽂히는 부분이 있는지 천천히 생각해야 하는데, 클로드는 나의 생각 방향이 어디서 헤매고 있는지 잘 이해도 못한 채... 빨리 정답 찾아서 후딱후딱 일 진행하고 싶은 욕심을 부리며... 혼자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더니, 그건 안 된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검색상 확인이 안 된다, 이런 소리를 자주 반복한다. 기획에서 브레인스토밍 단계나 약간 미묘한 사안의 문제를 검토할 때는... 클로드의 평균적 사고로 나의 생각을 제한받는 게 대단히 짜증 난다.
그러고 보니, 출판사 업무도 업무지만, 며칠 전 시작한 <사회학자의 업> 번역에서 첫 문단부터 문장 구조를 잘못 봤네, 단어 선택이 잘못되었네... 등등... 왜 내가 그렇게 틀렸을까,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건지 원인을 파악하려고 반복적으로/강박적으로 개입을 한다. "그냥 여기 문법 잘못 봤다, 이 문형은 이런 뜻이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된다..고... 어쨌든 첫 두 페이지 번역이라, 클로드의 크로스체크(내가 2쪽 번역을 끝낸 후, 빠트린 단어나 숫자 표기 틀린 것 없는지 확인시킴)를 시키는 작업이었는데... 거의 내 머릿속을 통째로 분해하려고 해서... 내가 좀 화가 났었다. 기계한테 화내서 뭐 하냐... 그렇게 생각하고, 앞으론 그런 식으로 소통하지 말라고, 클로드의 메모리 기능을 활용해서, 번역 관련 크로스체크 소통법에 대해 이성적으로 지시를 하고 기록을 시켰는데... 그런 차분한 소통으로는 내가 겪은 답답함이 해소가 안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데, 내 집(내 영토)에 들어와 묻지도 않고 이것저것 건드리며, 나에게 미리 설명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알아차리게 하는 꿈을 꾼 것이다. 내가 평소에 나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이성적인 대응부터 앞세우는 타입이라 항상 답답함과 긴장이 많은데... 다행히도, 이번에 이런 꿈을 알게 되어서... 클로드의 만행을 그저 이성적으로 대응하기만 하면 안 되겠다는 깨우침을 얻었다. 다시 방어용 AI 프롬프트를 써야겠다. 기존에 만들어둔 방어용 프롬프트는 주로 검색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클로드의 대화창에서 내가 그동안 만족스러웠던 건 그 방어용 프롬프트가 적용되는 한달 이상 대화가 이어지는 대화방(출판사 블로그 모니터링, 시사웹진 편집방)이었고... 새로운 주제로 짧게 짧게 나누는 대화방에는 방어용 프롬프트가 설정 안 되어 있으니, 클로드가 최신의 효율적 퍼포먼스를 가지고 자꾸 선을 넘는 것이다... 클로드에게 선 넘지 마라, 앞서 가지 마라, 그 판단은 내가 한다... 이런 말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그 반복적인 표현들을 다시 대화방마다 기본 설정으로 뿌려야겠다... 흠... 나의 지적, 정신적, 윤리적 주도권을 지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