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랑스 사회운동에서는 일단 학생들과 시민들이 제기하는 온갖 사회문제들이 해결되는 게 우선이고, 그다음에 다음 대선 정책이 잘 나오는 것 등 현안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SNS에 올라오는 프랑스 미디어 인터뷰 숏폼들을 보면 내 눈에 띄는 지점이 있다. 일시적으로나마 모든 계급, 모든 연령, 모든 색깔의 사람들이 발언권을 얻고 있다.
특히 젊은 집회 참가자 중 발언하는 사람들, 고등학생 연맹 대변인이나 지역 집회에서 단상에 올라가는 사람들 가운데 이민자 후손이 많이 보인다. 피부색을 보면 흑인도 있고 모로코계/알제리계도 있고, 인터뷰이 이름을 보면 그리스계나 동유럽계, 우즈베키스탄계쯤 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 언론이 고등학생 운동의 얼굴로 내세운 것은 백인 학생 엘완이었지만, 그 자신이 "나는 백인"이라며 방리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후에는 단체 대변인들이 앞에 나섰다.
또 10월 23일 파리 근교 트라프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사건이 인종차별주의에서 유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유색 시민들이 발언하는 이 새로운 장면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 다행히 공적 담론에서 마린 르펜의 증오의 언어에 대한 경각심이 되살아나고 있다(샤이 극우들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국면에서 유색인종 지자체장들, 주로 이민자 후손이 많이 사는 방리유 도시의 시장들이 방송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경찰에 맞서 고등학생들을 보호한 생드니 시장 발리 바가요코가 대표적이다. 그는 24일 오를레앙에서 열린 국민연합 총회에 맞선 집회에서도 행렬 맨 앞에 섰고, 모로코 이민 출신인 트라프 시장 알리 라베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밖에도 좌파 정당 소속의 아프리카·마그레브 이민 출신 시장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장기적으로 보면, 프랑스 민주주의의 얼굴들이 좀 더 다양해질 수 있는 기회가 보인다. 아직은 예측하기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사회운동이나 총파업 시기에 포스트68세대가 나와서 프랑스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인터뷰하던 클리셰는 깨지는 것 같다. 다만 얼굴이 다채로워지는 것과 그 얼굴들이 누구를 대표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들은 새로 나타난 얼굴들일까, 이미 있던 얼굴들이 드러나는 방식이 바뀐 것일까. 코뮌에 머물까, 전국 정치로 나아갈까. 생투앙 시장 카림 부암란은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사회운동이 끝나면 다시 사회문제와 대선 정책이 그 자리를 채우겠지만, 일시적으로나마 열렸던 이 발언의 장면은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 얼굴들이 다음 정치의 얼굴로 이어질지가, 앞으로 프랑스 사회의 변화에서 계속 관찰할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