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둔 한국인 기혼여성들과 일 관계로 밥을 먹었다. 두 사람은 프랑스 남성과, 한 사람은 중국계 프랑스 남성과 결혼했다. 엄마와 아이의 침실 분리 얘기가 나왔는데, 프랑스에선 보통 백일 지나고 침실 분리하고 애가 올어도 버릇 나빠진다고 잘 들여다 보지 않는다. 원초적 개인주의의 경험이랄까.
나와 같이 밥을 먹은 한국 여성들은 1년 지내고 아이방으로 분리, 4년째 같은 방, 중학교 올라갈 때 분리... 등 제각각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했다고 한다. 내 일본 친구는 프랑스식으로 3개월 만에 침실 분리를 했지만, 대신 아이에게 아시아식 감성 모성을 경험하게 하는데, 프랑스 시댁에서 아이에게 집착한다고 비판을 받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얘기를 내가 하니까, 4살 아이와 아직도 한 방을 쓰는 여성은 자기도 프랑스 시-이모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눈을 똥그랗게 뜨고 "버릇이 어떻게 나빠진다는 건지 정확하게 얘기를 해보시라"고 했더니, 시-이모가 더 이상 놀라서 말을 못했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없으니 당장 직접 상관은 없지만, 한국인들이 개인이 못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모성과의 분리가 지연되는 부분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또 부부간의 친밀도도 중요한데 아이가 가족의 중심이 되면, 남편이 가족에서 소외되는 부분도 있지 않는가, (물론 부부마다 그 부분에 대한 다른 대책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는 생각이 있어서, 늦어도 만 세 살(어린이집 취학연령)엔 방을 나누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견을 평소 갖고 있다. 나 자신으로 말하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부모님 방에서 아이들 방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그 전엔 집안 사정 때문에 방이 따로 없었고, 좀더 넓은 집으로 옮긴 후에, 동생과 같이 방을 옮겼으니 혼자는 아니었고, 또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책상이나 옷장이니 등등 내 나름의 사회적 인격에 걸맞는 개인공간(동생과 공유하긴 하지만, 성인인 부모와는 분리된 공간)을 얻은 셈이다. 
박사논문 때문에 가족의 주거생활에 인터뷰를 하면서, 특히 엄마들이 아이들과 초등학생 후반까지 한 방을 쓰고 남편들이 독방을 쓰거나, 엄마랑 아이들은 바닥에서 자고 남편들은 혼자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나는 좀 놀라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즉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나는 부모님과 같은 방에서 잘 때도, 부모님은 한 이부자리를 썼고,우리는 그 옆에서 따로 잤는데, 2010년대에 한국의 모성은 왜 아이의 욕구를 최우선으로 하게 한 걸까. 민속학 책을 보면 경상도 양반 부부들은 남편은 사랑채에 거하고, 아내는 안채에서 아이들과 생활했는데 그 전통이 현대화 된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 부모님이 당시에 특이했던 건가, 혹은 70~80년대 미국 문화의 영향이고, 90년대 이후 모성 담론에서 아이와 엄마의 애착이 다시 강조되면서 모-자녀 간의 분리를 최대한 연장하게 된 것인가... 나는 논문에 이런 얘기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애초에 알아보려던 게 이게 아니라, 인터뷰에서 자세히 물어보진 않았는데...)

posted by amie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