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 04:29 삶의 한때

서머타임에서 윈터타임으로 바뀌는 10월 28일 일요일 새벽에 2009년에 자주 보면 M이 나오는 꿈을 꿨다. 꿈에서 M과 결국 결혼까지 했는데, 늘 미안해하면서 내 돈으로 데이트하는 습관은 그대로이고... 나는 결혼까지 했으니, 어쩌겠나 하고 또 기분이 안 좋은 걸 참았다. 그런데 조금 뒤에 갑자기 카페 테이블 아래에 무슨 구멍을 발견했다. 그 구멍을 가린 휴지 같은 걸 치우니 개미와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고, 어머나 이게 뭐야 하고 뒤로 물러서는데, 어린아이 팔 같은 게 그 구멍에서 꿈틀거리며 나온다... 내가 한걸음 더 물러서는데 그 남편이라는 자는 아예 사라지고, 어떤 깡패 같은 남자가 나타나서 내 탓을 하는데, 내가 무슨 농약 스프레이 같은 걸 그 남자한테 뿌리면서 물리쳤다...


M과 헤어질 때 내가 엄청 꿋꿋하고 당당하게, 네가 어디 가서 나 같이 멋진 여자를 만나냐, 안 사귈 거면 헤어지자 하고, 행복을 빌어주고 헤어졌는데... 실은 영혼 한 구석에는 그때 받은 상처가 봉인된 채 썩어들어가는 구멍이 있었나 보다...
지난 토요일에 지역 합창단 축제에 우리 합창단도 참가해서 하루 종일 노래하고, 저녁에 와인 한 잔을 마셨다. 그런데 저녁식사 후에 시작된 콘서트 전반부에서 갑자기 가슴이 막 쿵쾅거리고 아팠다. 이건 또 뭔일인가 했는데, 노래를 하도 많이 해서 심장 어딘가 묻어놓은 마음의 상처자리가 노래 부르면서 단전과 흉곽을 하도 많이 움직인 데다가 요사이 술을 통 안 마시다가 저녁식사가 늦어진 데다가 차가운 도시락이라서 속을 덥히느라고 와인 한 잔을 마셨더니... 2010년 초에 밀봉해 둔 그때 상처가 불쑥 열렸나 보다. 두근거리는 심장은 허리 똑바로 세우고 다시 심장 차크라의 균형을 맞추고 치유하는 호흡을 통해 가라앉히고 무사히 콘서트를 마치고, 밤 12시 넘어서 대절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새벽 2시 반에 집에 돌아왔다. 와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양치만 하고 바로 잠들었는데, 새벽에 그런 꿈을 꾼 것이다 .
하여간 그렇게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서, 윈터타임으로 시간이 한 시간 늘어난 셈이라 이불속에서 뒤척거리면서, 결국 그렇게 썸만 타고 연애로 이어지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사실 M이 8개월을 고민하다가 어느 날 밤에 술을 마시고 친구들의 응원을 받아서 한밤중에 만나자고 연락 왔으나 갑작스럽다며 일단 거절했고, 다른 날 볼지 몇 시간 더 고민한 후 거절 메일 보내는 걸로 그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러니 나는 너를 용서하노라... 또 어찌 보면 그런 마음에 안 드는 상황에 나 자신을 몇 달이나 방치했던 나를 용서하지 못했던 점도 있는데, 그런 나도 용서했다. 다시는 그런 상황에 나를 처하게 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또 마음 한 구석 깊은 곳에 차 있던 고름을 짜냈다. 

posted by amie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