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 마지막 교시 강의에 학생들이 너무 떠드는데, 진도 나가느라 바빠서 조용히 시키질 못했다. 수업 끝나고, 그 반에서 제일 똘똘하고 프레파 출신인 여학생이, 어쨌든 수업을 집중해서 듣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피곤하다고 애들 좀 조용히 시켜달라고 요청을 했다.
하여, 이번 주 수요일에는 미리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당신들 지난 주엔 못 참을 지경이었다. 다들 18살 넘은 성인인데 애들도 아니고..." 하고 조용히 엄하게 얘기를 했다. 그리고 미션 두 가지를 동시에 주었다.
첫째는 한 시간 동안, 나눠준 텍스트를 읽고 개요를 써서 수업 끝날 때 내기. 둘째는, 그 한 시간 동안 "침묵과 집중을 익히기"였다. 조용히 하라고 10분마다 내가 큰 소리로 얘기를 하면 1분 조용하다가 다시 떠들던 학생들이, 침묵의 주인이 되는 미션을 주니까 제법 잘 해냈다. 35명 중에 30명쯤 내고 갔다. 나머지 5명은 집에서 완성해서 다음 시간까지 내겠다고 했고...
역시 조용히 하라고 혼내기보다는 미션을 주는 게 요즘 애들에게는 잘 통한다... 미션 완성의 부상은 별다른 건 없고, 1시간 안에 정해진 과제를 다 해서 내면, 전체 성적의 5%를 성실성 점수로 그냥 주겠다고 했다. 과제의 퀄리티와는 상관 없이... 사회학 논문 분석해서 개요 재구성하는 연습과제 3주간 3개 제출하면 총점의 15% 획득. 수업시간에 토론에 활발히 참여하거나 내가 질문했을 때, 대답을 잘했든 못했든 대답이 준비된 사람은 총점의 10% 또 득템. 그렇게 해도, 중간에 본 시험과 기말에 내라고 하는 과제 점수를 내가 짜게 줄 예정이기 때문에 반 평균이 아주 높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래 잘하던 애들만 잘하고, 대학 공부 못 따라가서 포기하는 애들을 어쩔 수 없이 방치하는 것보다는 과목 이수하는 학생도 늘 테고, 어쨌든 시험만 보는 것보다는 텍스트 분석 연습을 했으니... 스스로 배우는 건 조금 더 많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이 실험의 결과는, 학생들 각자, 3주간 개요 재구성해 본 텍스트 3편 중 한 편을 골라, 1000단어로 압축 요약해서 내는 기말과제를 통해 알 수 있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