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2. 06:23 삶의 한때

지난 주에 호신술 수업에서 무릎을 약간 다쳐서 오늘 스포츠의학과에 다녀왔다. 친절하고 젊은 의사가 무릎 부상은 경미한 정도라 2주 정도면 아물 것 같다고 한다. 그 사이에 호신술은 가지 말고, 자전거는 기어 풀어놓고 타고, 수영이나 살살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의사가 여기저기 검사를 하다가 골반과 엉덩이 근육 뭉친 게 더 심하다며, 나한테 등이 아프지 않냐고 물어봤다. 내가 다리가 좀 짧은데, 책상 높이에 맞춰서 의자 높이를 조정했더니 다리가 바닥에 제대로 안 닿아서 의자에 좀 불안정하게 앉는 습관이 있는데, 이게 골반과 이상근에 참 안 좋았나 보다. 치료는 골반이 받아야겠다고, 물리치료 받으면서 천천히 해결해 보자고 한다.

무릎 상태도 보면, 이번에 다친 건 큰일이 아닌데, 18년 전에 스키 사고로 다친 후유증이 더 심하고, 6년 전에 심하게 접지른 발목도 당시에 프랑스 의료보험 가입할 줄 몰라서, 집에서 수지침과 족욕으로 자가치료하고 한 달 동안 집밖에 안 나갔다가 한국 갈 때마다 침만 맞았는데 완치는 안 되고 발목이 종종 뻐근하다. 7년 전에 다친 데가 아직도 종종 염증이 생기는 걸 보면 발목 안쪽 연골이 상해서, 안쪽 복숭아뼈 근육을 쓰니까 그쪽이 뻐근한 염증이 자꾸 생기는 것 같단다. 노년에 (정확히 무슨 단어인지는 못 알아들었지만) 발목 못 쓰는 일이 남들보다 빨리 시작될지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치료를 해보자고. 완치는 못해도 그 현상이 오는 걸 조금 늦출 수만 있다고 한다. 일단 엑스레이 찍어보자고 했다.


아 내가 이런 것들을 혼자 끌어앉고 이국만리에 살고 있구나, 그래서 그렇게 쉽게 피곤해졌구나 하는 제대로 된 이해와 함께 이제라도 프랑스 사회보장제도 혜택 받아 살살 치료하면, 논문 쓰는 동안 조금 덜 아프겠네....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짠하다. 아무튼 차분하고 설명 잘하는 의사 만나니까 안심이 되긴 한다.


다들 아프지 마시고, 작은 아픔이라고 무시하지 마시고, 오래된 병도 완치는 못해도 치료하면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작은 증상도 짬짬히 확인하며 고치고 살아요. :-)


posted by amie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