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29. 23:45 삶의 한때

갑자기 합창단 절친 M (울 아버지와 동갑)때문에 약간 신경이 곤두섬. (참고로 내 신경은 원래 예민하게 타고남)

호흡기 건강이 안 좋은 남친 JP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 데이트 약속 깨셨다며 나 보고 남친한테 비밀로 하고, 내가 안부전화 좀 해줄 수 있냐고 문자 보내심...

이런 부탁 받는 것 자체가 싫은데, 그 이유는...

1. 남의 커플 사이에 끼는 상황 싫어함.


2. JP가 아프다는 소식 들었으면, 내가 마음 편안할 때 쾌차하시라고 메일 한 줄 정도는 쓸 수 있는 사이지만, M이 시켜서든 아니든, 내가 직접 안부 전화 걸 정도 사이는 아님. 이것은 JP도 같은 느낌일 듯. 

2-1. M과는 확실히 친하고, 무슈랑도 조금씩 친해지는 중이지만, 아직 그 정도로 친하지 않음.
2-2. M랑 친해도 이런 부탁 받는 거 싫어함. (엄마가 당신 할 말 아버지한테 제대로 못하고, 아버지 고집 피운다고 나한테 일러서, 내가 대신 아버지한테 하게 하는 것도 이제 안 함.)

 

3. JP한테 말하지 말고, 그 전화를 걸라고 했는데, 나는 일단 전화해서 할 말이 없음. 부모님한테 한 달에 한 번 전화하는 것 빼고는 안부전화 하는 성격이 아님. 친구들한테도 잘 안 함. 친구들이 먼저 하면, 대신 대답은 잘 함.


4. 무엇보다 생각하고 글 쓸 시간에 이런 문자 받으면, 맥 끊김...

하여간, 처음에는 이런 종류의 부탁 하지 말아 달라고, 시시콜콜 적어서 M에게 문자나 메일을 보낼까 하다가 (이 정도 수준은 처음이지만, 나한테 맥락은 설명하지 않고 본인 머릿속에 어떤 플랜을 위해서 나한테 갑자기 무슈한테 무슨 무슨 질문 좀 해봐라 하는 건 처음이 아님...), 한번 더 삭히고... "내 생각엔 그냥 혼자 쉬게 두는 게 낫겠다"라고만 답장할 예정. 다음에 또 이런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태도를 분명히 해야지. 요즘 JP가 건강이 안 좋다 보니, M과 이런저런 얘기할 때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하니까, M 생각에 초-긍정주의자인 나한테 JP에게 좋은 생각 좀 불어넣으라는 건데... 나는 나대로 힘들다. 물론 평소에 M이 나한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보내주니까, 나도 M에게는 같은 에너지를 보내지만, 부정적인 사람 쫓아다니며 기운 넣어줄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 JP도 파트너인 M에게나 속 얘기로 이런저런 불만 얘기하는 거지, 젊은 나한테 대놓고 부정적인 얘기(예: 합창단 생활)한 적 없고, 힘들면 힘든 대로 해 나가시는 어르신이다. 괜히 아는 척 하면서, 수면 아래의 부정성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신경 쓰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메 바뀌어서 집에 점검할 거 많지, 다음 주 한국기관 리옹 출장 가이드 준비 마무리도 많지, 일요일에 마감인 학회 발표제안서는 시작도 안 했지, 친구 휴가 끝나기 전에 집에서 오늘 저녁 먹기로 했지... (이건 어제 너무 많이 만든 시금치 커리를 처리하기 위한 나의 지능적 전략이고)... 

 

아이고, 문자 한 통에 확 올라온 짜증을 누르려 삭히고, 이 글까지 쓰느라 또 30분 보냈네... 나는 앞으로 누구랑 연애/동거/결혼을 하든,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쉬고 싶다고 하면 쉬게 하고,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 혼자 둘 터이다. 나도 같은 대접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글로 조금 비우니까 낫다. 다시 하던 일로 고고씽~ 

posted by amie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