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9. 07:27 삶의 한때

어제 명상을 하면서 어렵게 기억해 냈는데, "기억"이란 단어를 논문 계획에서 배제한 다음부터 논문 쓰기가 막혔던 것 같다.

그래서 "기억과 사회화"라고 검색해 보니, 퀘백의 몽레알(몬트레올)의 사회학자가 알박스의 기억사회학에서 사회화 과정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쓴 논문을 딱 찾았다. 1997년에 나온 글인데, 지도교수도 모르는 문헌인 듯싶다.
이론적인 논의가 복잡한 글이라, 한번에 이해하기에도 어렵고, 앞으로 어떻게 써먹겠다는 생각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인터뷰이들이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다.
'기억' 하나 추가하자고 그간 계속 다듬어온 논문계획을 다 뒤틀을 생각도 없다. 문헌 하나 찾거나 개념 하나 배울 때마다 논문 계획 조금만 바꾸는 것 같아도, 딴 데로 간다고 지도교수한테 혼난다;;; 기억이라는 말을 너무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중간중간 써 먹는 방법을 고민해서 글을 써야지... (논문 2부나 3부에서 쓸 때 고민하면 된다.)

그나저나, 체계적으로 글 못 써서 박사논문 통과 못한 벤야민의 몽환적인 에너지는 논문 다 쓸 때까지 받지 말아야지 하고, (번역된 문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한국어판 벤야민 선집, 어디다가 치워두나... 하고 생각하면서, 또 책장의 벤야민 코너에서 <Actuality of Walter Benjamin>이라는 책을 집어 들어 그냥 아무 데나 펼쳤다. 그런데 나온 페이지가 또 기억 이론에 관한 챕터이다. 역시 기억에 대해 쓰라는 하늘의 계시인 것이다...

과거 부분에 집중하지 말고, 지금의 주거 선택이나 이웃관계에만 집중하라는 지도교수의 코멘트를 받은 게 이삼 년 전인데, 그리고 나서 좀 답답해졌던 것 같다... 그때 잘 생각해서 해명을 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에너지가 없었다. 뭐 아무튼, 계시를 받았으니, 앞으로 잘 써질 것이다... 믿고 자러 가겠다.

posted by amie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