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거의 끊다시피 했다. 거의 끊다시피 했다는 말은, 내게 커피를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몸, 정확히 말하면 위와 장에 좋은 음료를 마시기로 선택했다는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커피를 끊지는 못해서, 하루 한 잔, 주로 오전에 뜨거운 물에 연하게 탄 인스턴트 블랙커피에 우유를 넉넉히 부어, 따끈한 밀크티처럼 마시곤 했다. 12월부터는 그나마도 중단하고(간헐적으로 마실 순 있지만), 커피를 대신하는 3가지 가루를 활용해서 음료를 만든다. 그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치커리뿌리차, 무가당 핫초코, 그리고 말차 꿀 두유다.
프랑스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치커리뿌리 차는 인스턴트 제품이다. 예전에 나폴레옹 시절에, 영국이 대륙봉쇄령으로 프랑스에 커피 원두 공급을 끊었을 때, 프랑스인들이 커피 대신 마시던 차라고 한다. 뜨거운 물에 인스턴트 커피처럼 타서, 우유를 섞어 마신다. 섬유질이 풍부해서 장에 좋고, 간의 열도 내려준다. 비슷한 효능의 차로... 한국에 가서는, 더 구하기 쉬운 한국산 보리차를 마신다.
무가당 핫초코는, 설탕이나 탈지분유(혹은 팜유) 없이 100% 순카카오 가루로 만든다. 바닷소금 한 꼬집, 중국식 오향가루를 살짝 넣어 감칠맛을 낸다. 따근한 물에 카카오 가루와 소금, 오향가루, 그리고 단맛을 원할 땐 꿀이나 조청을 섞은 후, 우유나 두유를 더해 데운다(전자렌지 약 모드에 돌리거나, 밀크팬에 담아 불 위에서 직접 데운다.)
말차 꿀 두유도 핫초코 만들기와 같은 방식이다. 한국에서 사온 가루녹차, 소금, 꿀 조금을 따뜻한 물에 갠 후, 무가당 두유를 더해서 데운다. 꿀이나 조청 같은 단맛을 넣지 않으면, 또 쌉쌀하고 고소한 맛이 괜찮다.
2025년 들어, 다시 일기를 쓰기로 하면서... 특별한 생각들을 적는 것보단, 이 블로그의 원래 슬로건이 그렇듯, "천천히 살기를 권함"에 가까운 내용으로서, 내 일상의 느린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기록으로 남긴다. 빠르고 조급한 마음을 부추기는 커피 대신, 느리고 기초에 충실한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2025. 1. 5. 21:36
삶의 한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