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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25 H출판사를 회상하다
2020. 2. 25. 07:02 삶의 한때/기억의 한때

며칠 전에, 2003~2007년 사이 다니던 출판사에 재취업하는 꿈을 꿨다.

그 회사에서 일도 꼼꼼히 배우고, 신입사원 치고는 일 잘한다고 인정도 받기도 했고, 파주출판도시에서 편집자 선후배들을 만나 즐거운 기억도 많던 곳이라... 뭔가 앞으로도 내 직업적인 상황에서 또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좋은 기대를 해본다.:-)

그런데, 이 회사는 재직 4년차에 사내 인간관계가 피곤해지고(사실 사내정치에 소질 없는 초민감성 성격;;;), 야근과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안 좋아져서 그만두었다. 2007년 초에 그만두려고 다른 회사 면접까지 봤다가, 그 다른 회사에서는 오라고 했지만, 몇 가지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서 옮기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그렇게 이직을 잠시 포기한 직후, 당시에 내가 직속상사에게 사적인 대화에서 내가 그런 상황을 넘겼다고 얘기하면서 "지금 제 심정은 의리는 남았지만,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식 강행하는 신부 심정이에요."라고 했던가. 지금 관점에서, 이 신파조의 비유를 내 손으로 다시 타이핑해보니, 손가락이 정말 오글거린다... 그때 내가 이별을 잘 다루지 못했구나. ㅎㅎ
그렇게 엉거주춤 주저앉았다가, 바로 그 보름 후에 업무시간에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고, 그 후유증으로 허리가 아파서 치료를 위해 휴직했다가 복직하지 않고 결국 사직했다. 여기서 남은 교훈은, 흔한 이야기지만, 인연이 이미 다했는데, 억지로 붙들면,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은 그 회사 운영진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때는 헤어질 때가 되었는데, 앞날에 대한 두려움에 주저앉으려 했더니, 사고가 나서 건강이 상해, 그 이후로 몇 년을 고생했다. 인연의 맺고끊음이 그래서 중요하다. 
(퇴사 한 달 후, 결국 연초에 면접을 본 회사에서 강력히 오라고 하고, 나는 약화된 건강으로 인해, 정신력도 약해져서, 거절을 제대로 못하고 재취업을 했는데, 정말 나와 맞지 앉는 회사 분위기를 억지로 참으면서 버티다가 더 큰 정신적 위기를 겪었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막 그 정신적 위기 덕분에 내가 프랑스까지 오게 되었으니, 모든 것이 나쁘게만 된 것은 아니다.)

아무튼 나중에, 내 상황이 좀 편안할 때, 2003~2007년에 다녔던 H출판 분들께, 그 시절에 얻은 많은 배움에 대해 감사하다고 한번 인사를 드리고 싶다.

posted by amied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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