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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8.14 공간 경험의 자산화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윤찬영 씨의 서평 "서교동과 성수동? 이젠 여기가 빠르게 뜨고 있다"를 보고 시작된 잠깐의 생각 정리. 이 서평은 '골목길 경제학자'라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교수의 책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 관한 것이다. 

기사의 한 대목인 "밀레니얼 세대는 오래전부터 도시 안에 있는 한 지역에서 현지 문화를 즐기고 현지인처럼 사는 여행을 선호했다."를 보고는... 이건 내 얘기인데...? 인구학적으로는 X세대에 속하지만, X세대에 소속감을 못 느끼던 내가... 오히려 M세대식 사고방식을 먼저 실현하고 있었구만...이라는 촌평을 트위터에 적다가... 다음과 같은 타래로 이어가게 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생각들은 아니고, 이동성 경험이나 공간 경험의 자산화(Simmel에 대한 프랑스 사회학자 스테판--누구더라...? 다시 찾아두자--의 독해에서 얻은 개념)과 관련해서 "머물고 싶은 동네 현상"에 대한 내 관점에 대한 정리다. 

개인적으론, 이런저런 사회-문화적인 이유로 몸 담은 집단에 소속감을 못 느끼는 습성을 부모님께 물려받아, "여기보다 어딘가에" 내 집이 있을 듯한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로는 "고향 상실"이라는 현대 문명의 특성 때문에, "마음속의 고향"을 찾아 헤매는 심성이 일반화된 현상이라 하겠다.
여행을 통해, 남들이 터를 오래 잡고 살아온 남의 고향에 가서 머물면서, 고향(로컬)에 살아보고 싶은 소망을 잠시나마 실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체험을 하고 돌아와, 내가 사는 곳을 고향스럽게... 즉 나의 개성과 경험이 반영된 로컬로 만드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에 이어서, 장거리-장기간 해외 체류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해외 일년살기를 다녀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로컬에 한달살기, 혹은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간략히 말해, "남의 고향 빌려살기"의 평준화 과정이다. 여기에서 공간 경험의 자산화 과정이라는 경제가 나타나는데...

보들리야르의 시뮬라크르 이론을 자세히 공부한 적은 없지만, 고향 상실-남의 고향에 대한 선망이라는 전도 현상에 대한 나의 관찰은.... 동네살이 경험에 대한 대중적 열광이나 새로운 로컬 경제학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기대에 반하는 딴소리인데... 그렇다면, 내가 밝혀야 할 바는... 이러한 사회적 사실과 관련하여 내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진정성 있는 경험이 아니기에, 이러한 소비적 경험은 가치가 없다...는 계몽주의적 훈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나 자신을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라고 생각했을 때의 1차적 반응이고, 그보다는 더 정확하고 정밀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내가 답을 알고 싶은 질문들을 차분하게 생각해 봐야 할 터이다. 진짜 질문을 던지기 위한 예비질문 차원에서 적어둔다. SNS 타임라인에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시간이 있을 때 다시 들여다 보고 발전시킬 기회를 기다리는 게 낫겠지. 요즘 유행하는 대로, 다음 단계의 분업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겠다. ㅎㅎㅎ 

posted by amie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