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범죄에 놀라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받고 있다. 별 생각이 다 들지만, 괜히 온 세상이 떠드는데 말 보태지 말고, 일단 잊어버리고 내 일 집중하자 여러 번 되뇌였지만, 결국 어젯밤에 잠을 못 잤다. 자기 전에 명상하고 긍정적인 운세풀이 듣고 어쩌고 해도, 놀란 가슴이 가라앉질 않는다.
여자로 태어나 산다는 건 뭔가, 기껏 일개 도지사 따위가 자기를 없앨 수도 있다고 믿게 하는 그놈의 권력이란 뭔가. 왜 여성들은 이럴 때 단호하게 "안 된다"라고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가, 등등 이어지는 질문을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다 보면 원통함이 복받쳐 오른다.
'침착하자, 어쨌든 남의 일이다, 기왕 밝혀졌으니 정의가 얼마간은 이루어질 것이다, 피해자는 본인이 원하면 이름 바꾸고 얼굴도 좀 바꾸고 새 인생 살아도 되지만 정치인 안희정은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으니 이제 망하는 수밖에 없다' 등등 내 나름 대로 상황을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열 받은 심장이 식질 않는다.
누가 타자(의 몸)를 가질 수 있다고 믿을 권리, 자기가 저지른 나쁜 짓을 피해자에게 잊으라고 할 권리를 주었는가, 어이가 없다, 기가 막힌다, 괜히 서럽고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난 이와 비슷한 일 겪은 적이 없는 데도 이런데, 겪은 사람들은 더한 마음이 들겠지...)
그래도 요새 한참 열공하는 박사생 동기 멜라니랑 마주 앉아 나도 내 공부 하다 보면 가라앉겠지 하고 주섬주섬 챙겨서 도서관 나왔는데, 친구가 연락도 없이 오질 않는다. 넌 또 무슨 일로 밤잠을 설친 게니, 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공부하다가 집중 잘 되서 도서관 세미나실 예약한 거 까먹고 안 왔다고 이제서야 연락이 왔다. 그래, 나도 이제 다시 책 들여다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