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꿈. 해거름, 어떤 근린공원 한가운데 혼자 들어감. 공원 가장자리 벤치마다 늙었는지 젊었는지 확실치 않은 청회색 사람들. 영혼들이다. 영혼들이 나를 둘러싸고 바라본다는 인식에 소름이 끼치며 눈을 깜빡였다.
꿈속에서 다시 다른 꿈으로 들어간 건지, 눈을 깜빡인 덕분인지, 배경은 갑자기 어떤 학교로 바뀌고, 나는 여전히 운동장 한가운데 혼자 있다. 학교 건물 2층, 3층 창문에 교복 입은 아이들이 앉았다. 역시 청회색 몸. 무표정한 표정. 또 영혼들이다.
죽은 자들 가운데 나 혼자서 산 자라는 사실 때문에 소름이 끼치기는 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저들이 순식간에 좀비처럼 변해서 내게 달려들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꿈속의 내 의식을 스치기는 했지만, 꼭 그럴 것 같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그들을 본다는 사실조차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별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그들이 무언가 할 말이 있어서 갑자기들 모습을 드러냈을까? 그들이 무언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먼저 다가갈 수는 없고, 위축되었던 것 같고, 숨도 못 쉬면서 눈만 움직이며 '어떻하지, 어떻하지?' 생각했던 것 같다. '겁먹지 말아, 침착, 침착.' 내게 속말하면서.
그 상황에서 나는 다시 의식의 표면으로 돌아와, 저리 많은 아이들 영혼이라면 단원고 아이들일까, 순간 질문하고 다시 의식 없는 잠으로 빠져들었다. 어쨌든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간에는 산사람들만 있지 않고, 그들이 있고, 우리를 지켜본다는 느낌, 그리고 그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을 문자로 옮겨두고 싶은 욕망.
2014년 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