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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8 좀비
2014. 2. 18. 06:41 삶의 한때/꿈의 한때

나에게 세상의 끝이나 좀비들이 늘어나는 세상의 이미지는 아마도 지난 정부 초창기였던 것 같다. 2008년 초인가 꾼 악몽이, 지난 밤 숙면을 이루지 못하고 다소 멍청한 상태로 하루 일과를 계획하던 중에 희미하게 되살아났다. 



그 꿈속에서, 좀비들이 지배하는 지구에서 단 400명만 지구를 탈출하는 기차인지 버스를 탈 수 있는데, 그 버스를 타기 위해 누군가와 함께 달려가다가 그 사람을 잃어버리고 무척 당황하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던 꿈. 좀비들이 무서웠던 건지, 아니면 동행을 잃어버리고도 계속 달려가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웠던 건지 잘 모르겠다. 심약해서인지, 혹은 의지로 꿈을 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꿈은 언제나 이야기가 완성되기 전에 끝나곤 하는데, 그 꿈속에서도 버스에 막 도달하려는 참에, 아마도 그 400명 안에 들 것 같은 와중에 끝났다. 혼자서 그 버스를 탔다면 나는 안도했을까, 혹은 슬펐을까. 
(그 당시 쓰던 블로그에 '꿈일기'를 몇 편 쓴 적 있는데, 혹시 하고 살펴보니 2008년 5월이다.) 

어제 몇 달 만에, 학위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겠냐는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그 꿈이 기억난 것인지, 혹은 다른 조건 하나 따질 것 없이 오직 너와 함께 있기 위해서 돌아가겠다는 내 결심이 너와는 얼마나 무관한 것인가 하는 철저한 인식 때문에 그 꿈이 기억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은 종일 뒷목이 뻣뻣하고 머리가 아픈 채,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지냈다. 서울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고, 막 서울에서 리옹에 도착한 한국 학생을 돕고, 서울에 보내야 할 자료들을 고르고 번역하고, 서울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고, 서울에 대해 써야 할 보고서를 생각하고. 그런데 뒷목이 계속해서 뻣뻣하고 아프다. 두통약보다는 근육통을 달랠 진통제를 먹어야겠다. 꿈 없는 잠이 필요하다. 혹은 너 없는 꿈이 필요하거나. 



posted by amie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