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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13. 07:43 삶의 한때/기억의 한때

엄마의 맏언니 되시는 큰이모가 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잔 6개, 접시 6개가 맞춤인 커피잔 세트를 사 주셨다. 초등학교 입학 몇 달 전에 집이 이사를 했으니, 일종의 집들이 선물을 겸하기도 했을 텐데, 하여간 나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하셨다. 

하얀 바탕에 분홍빛 장미꽃이 그려지고, 남색 테가 리본처럼 둘리고, 그 위에 다시 가는 금선을 입힌 본차이나. 사기잔이 아니어서 제법 튼튼해서, 잘 들고 다녔다. 물론 나 자신이 그걸 쓸 일은 별로 없지만, 뭔 동네 아줌마들이 놀러오셔서 엄마가 커피 좀 타와라 하면, 그것도 동그란 나무 찻상에다가 접시 받치고 커피잔 놓고, 커피 맛있게 타는 법 (같은 얘기가 드라마에 나왔을 때 귀담아 들었다가) 잘 지켜서 옆에다가 찻숟가락도 방향 가지런히 맞춰서 놓고, 아주 곱고 음전한 양가집 규수의 마음으로다 아줌마들 앞에다 가져다 두고 칭찬 듣고 싶어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 되었을 때는 친구들이 오면, 꼭 그 잔에다가 우유를 담아서 내기도 하고, 뭔가 앤 셜리가 다이애너 초대해서 티파티 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두근두근, 작은 찻상에다가 귤차도 끓여서 내고, 과일도 예쁘게 깎아서 내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파티를 좋아하긴 했어... 후후.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는 '목련회'라고 여섯 명인가, 일곱 명인가 아주 고상한 척하는 독서클럽도 만들어서 서로 집에 놀러가고 그랬었는데... 

(인터뷰 녹취 읽다가 여자 초등학생들 생일파티 하는 부분 나와서, 내 생일파티가 기억나는 바람에... 혼자 추억은 방울방울)


posted by amie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