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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19. 06:08 우정의 한때


지난 주말부터 리옹도 날이 꽤 따스해져서 25~26도까지 올랐다. 오며가며 짬짬이 색색들이 꽃, 연두빛 새순, 봄하늘 사진을 올리는데, 그 봄을 질투하는 친구가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찍은 꽃사진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발행하는데, 캐나다 사는 다른 과 대학동기가 "너 자꾸 이렇게 봄자랑 할래??? 여긴 꽃은 커녕 아직도 지난 겨울 쌓인 눈더미들이 다 녹지 않았다규!!!"라는 멘션을 남겨서 좀 기분이 상했다. 리옹도 겨울이 길었고 내내 흐리거나 비가 왔다. 그런 줄 알고 버티긴 했지만 그래도 힘들었다. 봄이 와서 참 좋다. 그 기쁨 나누고파 짬짬이 찍어올리는 봄꽃 사진에, 봄자랑 하냐는 댓글, 우습고 언짢았다.
 

내가 무슨 보석 자랑을 했나, 잘난 척을 했나. 꽃 이쁘다고 찍어 올린 사진에 별 쿠사리를 다 듣네. 웃음기 섞었지만, 싫은 티 냈다. "그러면 그럴수록 열심히 리옹의 봄을 실어나르는 친구에게 고마워 하시오!! 그런 걸로 불평해 봤자 본인 마음의 겨울을 들킬 뿐! 마음에 먼저 봄을 담아야 얼음장 밑으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네. ㅋ" 하고.

너무 버럭하면 옹졸해 보일까 봐 웃음기를 살짝 섞었지만, 실은 친구가 좀 뜨끔했으면 한다. 이러는 내가 까칠한 줄 나도 안다. 그래, 모든 사람이 나를 이해하리란 법도 없다. 그래도 내게 지금 이 순간 허락된 작은 기쁨, 그런 엉뚱한 질투로 빼앗기기 싫다. 이건 지금 잠시 내 몫으로 온 복이고, 나는 그저 누리고 나눌 뿐이다. 별 걸 다 질투하네 싶다. 냉정히 말하면,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 이런저런 일로 오며가며 만난 아는 사람이지, 정말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라 할 사람이 아니다. 졸업하고 10여 년 만에 페이스북에서 만나서 가끔 안부나 주고 받는 사이 정도다. 오히려 실제로는 만난 적도 없지만, 내 트윗이나 블로그를 읽고 나를, 혹은 나를 통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분들이 내게는 더 친구에 가깝다 할 터이다. 적어도 그분들은 내 실제 삶을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분들이 볼 수 있는 부분에서, 공감하는 것만을 두고 말한다. 페이스북에서 엄한 데다 대고 징징거린다. 그냥 예쁘면 예쁘다고 하고, 부러우면 부럽다고 하지. 왜 남이 누리는 걸 자랑한다고 하나. 심지어 보석이나 재산조차도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잠시 누리는 어떤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말이다. 최근에 자주 만나는 H씨는 이래서 이래서 sns를 안 한다고 하지만, sns가 아니라 실제로 만나도 저런 소리 할 사람은 저런 소리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참 오랜만에 한국식 오지랖 당하네 싶었다. (남의 오지랖 거슬릴 때마다 오지랖 넓은 나 스스로 뜨끔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까지 남길 만큼 크게 마음이 상한 일은 아니다. 그럴 만큼 가까운 사람도 아니고. 그보다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느끼는, 그 사람만이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오히려 지복이라 불러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걸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또한 그 지복의 일부분이겠단 생각도 들고. 뭐 그렇다. 하여간 페북에서 엿보게 되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 내 사는 모습이나 가치관과 많이 달라져서 불편할 때가 종종 있다. 그 사람들보다야 내 삶이 수적으로는 사회에서 확실히 소수자적이라 해야 할 테니, 내가 불평할 처지는 아니다만... 종종 오지랍 펼쳐서 댓글로 뭐라뭐라 하는데, 확실히 자제해야겠다는 뜨끔함도 들었다. 봄날에 꽃이 예뻐서 마음이 너무 해맑아지려던 참인데, 사는 게 참 해맑을 수가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해맑음이 필요하겠지. 분명치 않다. 그 분명치 않음을 살아내야 한다.

 

posted by amiedame